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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해

CG 업계에 대한 짧은 단상

by 정원 urban831 2017.02.15

네이버 블렌더 카페 회원 두 분을 만났다. CG 산업에 종사하면서 블렌더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요 관심사는 블렌더와 3D였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아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CG를 한다는 것은 고된 작업과 짧은 마감 시간을 달고 살아야 하는 일이다. CG 그래픽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지만 일의 양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높아진 클라이언트의 눈을 맞추기 위해 작업이 복잡해 지면서도 제작비는 줄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참 명랑하지만, 널 만드는 나는 아니 명랑할세. 허허!


외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른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기사에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VFX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가 대박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파산해 버렸고 사람들이 모두 실직했다. 영화속의 호랑이(파커)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만큼 많은 장면에 등장함에도 VFX 팀은 노동에 따른 재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VFX가 없었다면 아카데미 상도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놀라운 예술 방식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컴퓨터 그래픽은 인류가 만든 가장 젊은 예술 도구였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화가가 되었을 많은 예술가가 오늘날에는 CG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수 십 년간 할리우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각 효과를 가진 작품을 수없이도 제작해왔다. 그런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 CG 아티스트들이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니 아이너리할 뿐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사정과도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CG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게 CG 업계다. 그렇다면 우리 CG 아티스트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창작은 왜 남의 손에 맡겼을까?"


나무를 심은 사람 (The Man Who Planted Trees, 1987)


언젠가 '나무를 심은 사람'을 감독한 프레드릭 벡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한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했던 디즈니 스튜디오를 견학하고 온 프레드릭 벡은 디즈니를 애니메이션 만드는 공장이라고 비판했다.


"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작품을 만들면 백 개의 다른 작품이 나와야 하고, 천 명의 사람이 모여 있으면 천 개의 다른 작품이 나와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창작가가 될 필요가 있다. 결국, 살아남는 건 창작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도 그들이다. 처음부터 우리도 원했던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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