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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하나레이 만>

by 서울나기 2019. 11. 20.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인 '하나레이 만'에는 세련된 커리어 우먼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하와이 하나레이 만에서 서핑을 타 상어에게 다리를 물려 죽은 아들의 기일마다 그곳을 찾습니다.

그녀는 한 때 엄마였던 자신을 추하며 해변가를 걷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때때로 어딘가 모자른 청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해변가를 서성이며 과거를 회상하는 게 전부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얼마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었다면 쳐다 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되뇌며 말이죠. 소설 속에서 그녀의 마음 차갑고 담담하게 묘사됩니다. 그녀가 여기 오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로써의 의무감이라고.

 

분위기가 반전 되는 건 그 이후입니다.

 

해변가에서 만난 청년들은 그녀에게 언젠가 하나레이 만에서 다리 잃은 유령을 봤다고 말합니다. 해변가를 거닐며 아들 욕을 하던 그녀는 유령을 봤다는 장소로 달 밤 늦게 까지 배회합니다. 녀는 밤의 해변을 서성이며 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만 유령은 결코 나타나 않습니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간 그녀는 침대에 쓰러져 울기 시작합니다.

 

'왜 내 눈 앞에는 나타나지 않는거야?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는거니?'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떴을 때, 그녀는 늘 그랬듯 세련된 커리어 우먼으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이곳을 찾아 오겠죠. 하나레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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