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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바이크

나의 벤리 이야기

by 정원 urban831 2017.02.13

이 오토바이의 정식 명칭은 Benly CD50 이다.


벤리는 군대있을 때 타고 싶었던 바이크였다. 바이크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지만 그때는 자유가 없었기에 왠지 바이크는 자유를 의미하는 매개체였던 것 같다. 제대하고 10년 지난 어느 날. 집안에 꼼짝없이 같혀서 작업만하다 보니 문득 벤리를 다시 타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어디서 사야하는지 몰랐고 자연스럽게 평화로운 중고나라로 접속하며 빙구 테크트리를 타게 된다. 뉴비 답게 가장 맛이간 제품을 알차게도 골라 구입을 했고 기대에 부흥하듯 판매한 아저씨는 호방하게 잠수를 타버렸다.


짤방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결국 중고나라에서 벤리를 팔았던 다른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다. 기름 탱크가 썩어서 기름이 세고 있엇기 때문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탱크 좀 구할 수 없겠냐고 물어봤다. 결국 가지고 오라는 말을 듣고 오밤중에 끌고 갔다. 그때 다음 올드 바이크 매니아를 소개 받았고 나의 커스텀 라이프는 그렇게 시작된다.


클래식 바이크의 복고풍 디자인은 지금봐도 무척 매력적이다. 그 옛날에 이런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만들었다니 멋을 좀 알았던 것 같다. 클래식이라는 말 답게 지금은 생산 중단된 모델이 많아 대부분 직접 부품을 구하고 수리하면서 타야한다. 낡은 바이크를 멋지게 되살렸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되살린 모델은 상당히 유니크하기 때문에 매니아가 많다.



처음에는 오토바이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샵에서 빙구 마냥 틈틈히 눈탱이 맞으면서 다니다 보니 이 업계에는 생양아치들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진짜 그 직업을 사랑하다면 그러지 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샵에서도 못 고친걸 무지에서 시작한 내가 고쳐서 타고 다녔다. 그러니 이제 막 클래식 바이크 커스텀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스스로 고치는 법을 알아가는게 당신의 주머니 사정과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이왕 이렇게 된거 한번 재대로 해보자 싶어서 카페와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용어부터 공부했고, 카브레타가 뭔지, 머플러가 뭔지 알게 되었다. 점차 커스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오토바이의 원료는 기름인 것 처럼, 커스텀의 원료는 돈이라는 사실은 너무 늦게 알게된다.


시티백 엔진으로 커스텀 한다고 엔진을 물로 딱질 않나..


아무튼 가관이었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올바 카페에서 이것저것 물어가며, 만져가며, 부품 구해 가며 나름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작게는 손잡이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크게는 디스크 브레이크까지. 포스팅하려고 예전 사진을 찾다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일단 이거 나한테 판 그 아저씨 아구창 날리고, 내 자신도 일찌감치 멱살을 잡아야 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지만, 진짜 다 추억이다.



일본 옥션과 중국의 타오바오를 오가며 부품들을 하나씩 모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벤리는 나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런 엔진이 들어가는 바이크 종류(시티, 커브, 몽키, 닥스 등등)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 모델들이기 때문에 부품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프런트 결합한다고 오토바이를 눕히질 않나.


그래도 할수록 재미있고 (자기합리화 가동중) 오토바이도 예뻐져서 만족했다.


시티백으로 엔진도 바꾸고 디스크 브레이크화도 성공했지만, 가장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문제는 고속에서 시동이 꺼지는 일이었다. 카브레터와 에어 필터 바꿔가면서 연구했는데 원인은 CDI 고장이었다. CDI 바꾸니까 해결. 진짜 모르면 몸이 고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와중에 예쁨.


커스텀을 하고 처음 밤바리를 다녀왔을 때의 그 재미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맛에 다들 오토바이 타나보다. 벤리를 구입해 제대로 고쳐서 탄 게 6개월 만이었으니.. 진짜 미련했다.


이 날 아마도 중랑 - 용산 - 강남 - 왕십리 이런 코스로 왔던것 같다. 여긴 왕십리 살곶이 다리.


내가 생각했던 오토바이가 나왔다.



다음 목표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바로 포켓몬의 고장이자 군 생활을 했던 속초였다. 생각해 보면 군 생활했던 곳이라 싫었던 것이지 지금 가보니 꽤 괜찮은 여행지였다. 그 시절엔 벤리를 타고 싶었고, 지금의 난 벤리를 타고 그 곳에 간다. 두두둥.


장장 5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부지런히 갔는데 정말 힘들었다.


액션 캠 죄다 아래로 찍어서 그나마 건진 바닥 영상.


이렇게 벤리 커스텀은 끝날까 싶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몇 달 뒤 이베이에서 고래 탱크 구입.


(내 눈에) 미친 비주얼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나는 벤리 왕이 되는 것인가!


이게 바로 벤리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몇 달전에 이사를 왔다. 즐거운 벤리 라이프를 즐길 시간도 없이 무척 할 일이 많아졌다. 집 앞에 벤리를 주차하곤 했는데 그때까진 몰랐었다. 그곳이 바로 이 마을의 주차 전쟁 핫 플레이스였다는 사실을.. 이사 오고 한 달도 안된 시점에 내 벤리는 끌어지고, 치워져 여기저기 다양하게 망가졌다. 범인을 잡고 싶어도 물증이 없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또 다시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커스텀이라는 쾌속 열차 위에 몸을 실어버린다.


깔깔 즐거워.


깔깔.


정신을 차려보니 자꾸 외국에서 박스가 온다. 


여기까지가 나의 벤리 이야기다.



날이 풀리면 여행이라도 떠나야 겠다.


댓글3

  • 2017.11.09 21:04

    眞情 으로 愛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따듯해서 보기 좋아요 ^^
    답글

  • ㅇㅁㅁㅅㅂㅎ 2017.12.03 14:07

    무엇을 하려는 의지,노력 게다가 즐기기까지 하시는 모습에 왠지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글도 재미있게 쓰시구요^^
    답글

  • 성현 2019.04.10 00:36

    저도 벤리를 타는데요 정말!!벤리의 끝판왕이군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