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 생활/고양이 집사

가을이 이야기

by 서울나기 2019. 10. 31.

저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태어난 계절의 이름을 붙여 가을이와 봄이 입니다. 첫째인 가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어느 날 문득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양이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동내에서 나름 캣맘 노릇은 하고 있었지만 그냥 막 업어 오기에는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고양이 카페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죠.

 

몇 달을 고민하던 어느 날. 인천의 한 캣 맘 분이 올리신 이런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내에 정비소를 들락거리는 길냥이.
얼마전 새끼를 낳아 주변 분들이 이래저래 잘 데려가신 모양인데..
이 아이는 여전히 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무척 애교가 많습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 1살 짜리 성묘. 아이들은 모두 입양 됐지만 어미였던 이 녀석은 아직도 길을 떠돈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새끼 고양이는 귀여워서 대부분 입양에 성공하지만 성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이끌려 구조하신 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이와 저와 묘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길냥이 출신이 아니라 유기묘 출신이었더라구요.) 잘 잔다. 잘 먹는다. 살이 안 찐다! 가끔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묘!

뭐든지 잘 먹지만 츄르 만큼은 까탈스러운 고 사장님
길냥이 출신이라 산책 가능!

목욕을 시킬 때도 가만히 있고, 택배 아저씨에게도 부비적을 시전 합니다(?!)

심지어는 이발기로 이발을 할 때도 가만히 있습니다. ㄷㄷ
한마디로 사람 좋아하고, 성격 좋은 개냥이!

 

엄청난 녀석이 오게 된 것이죠.


문제는 제가 직장을 다니게 되어 외로울 까 봐 둘째를 들이게 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둘의 만남이 어디서 잘못 된 걸까...

둘째 봄입니다. 이 녀석은 성격이 첫째와 정반대로 낯선 이를 무척 두려워하고 시끄러운 스타일입니다. 둘이 친해 보이는 사진 같지만 아닙니다.

 

둘이 친해 보이는 사진 같지만 아닙니다...

합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데다.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냐고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해서 인지. 둘의 사이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 지간이 되어 버렸네요. 허구언 날 둘이 싸우고 도망치고 쫓고 물고 뜯고 할퀴고... ㅠㅠ 고양이는 한번 사이 나쁘면 죽을 때까지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3년이 지난 지금은 시간이 조금 해결해 줬는지 심하진 않네요.

 

이 아이도 이제 4살이 되겠네요. 아무리 힘들어도 가을이를 보고 있으면 금세 마음이 풀어집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것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처럼 외부 반응에 민감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자라면서 무뎌진다 해도.. 고양이를 통해 타인에게 천천히 다가서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제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